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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 Artist Note

나의 작업은 자연에서부터 시작한다. 해변의 크고 작은돌. 구불구불한 산등성이. 모래 위 물결이 남긴 무늬. 돌, 나무, 모래 알갱이와

같은 작은 자연물이 모여 이루는 전경은 바짝 가까이서 보면 쉴새없이 움직이고 변하지만, 멀리서 보면 매우 느리게 움직인다. 

이렇듯 나의 작품은 필연적으로 개인과 전체의 관계를 다룬다. 내 작품은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이루어져있다. 개별적인 조각은 크기도, 색도, 심지어 바라보는 방향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한 발짝 물러서서 캔버스 전체를 바라보면, 제멋대로 아우성치던 개체들이 모여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든다.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조각은 개별로 존재하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다. 부분은 모여서 하나의 전체를 만든다.

 

작업하다보면 기존의 계획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엄격한 청사진을 따르지 않는다. 대략적인 스케치를 한 뒤에 캔버스 위에 조각을 잘라서 붙이고, 그 위에 한지를 여러 겹 덧대고, 한지의 결을 따라 아크릴이나 유화로 색을 입힌다. 그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조각들이 유기적으로 뭉치고, 커지고, 흩어지고, 자연이 그렇듯 어느 새 자신만의 결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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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work stems from nature. My eyes linger on the small elements that gather together to create a whole, a whole that is always moving, always changing, but always still there. These can be big and small stones on the seashore, the wavy back of a mountain, the flowing traces on sand left by traveling water.

 

As such, my work always talks about both the individual and the whole. Upclose, these individuals seem to be in various sizes, colors, and sometimes even facing different directions. (i.e. 탄생) However, when seen from afar, these seemingly individual pieces create a cohesive pattern that seems to share a connection (i.e. 돌고 돌아서) These connections are formed through various ways: by physically contacting one another, through the colored lines interweaving among the pieces, and finally by creating an organic pattern altogether. The pieces stand as individuals, but they are never alone. Together they create a pattern.

 

In many ways, the way that I work reflects the organic ebb and flow of nature. I do not work on a strict blueprint, a preplanned vision. My work grows, shifts, develops as I repetitively cut the structures, rearrange the swarms, layer in the hanji, a Korean traditional paper, and color the pie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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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서

자연은 거대한 큰 흐름으로 순환을 한다. 그리고 이 거대한 순환 속에 인간은 작은 조각과 같은 존재이다. 우린 오랜 세월 많은 것들을 이루기 위해 어쩌면 더 많은 것을 잃어 버린 채 바퀴가 돌듯 열심히 살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가끔은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마음을 가볍게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해보곤한다. 봄이 지나면 여름과 가을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또 봄이 오듯, 우리는 자연에서 숨을 깊게 들이 마시고 따뜻한 햇볕과 푸른 생명체들의 에너지를 받으며 자연속에 내몸을 맡겨본다.

 

캔버스위에 스티로폼(styrofoam) 조각을 붙이고 한지로 여러겹 덧붙여서 캔버스와 조각이 일체가 되도록 한 뒤 젯소를 바르고 아크릴 물감으로 색을 표현했다. 작은 조각들은 캔버스와 연결된 부분이 보이지 않고 단단하여 부조처럼 보인다.

작은 조각들이 일렬로 큰 흐름을 만들며 돌고 돌아간다. 화면은 기하학적 구조를 이루고 거대한 곡선의 흐름은 캔버스에 함축적으로 형상화 되었다. 가운데를 중심으로 비대칭으로 구성된 화면은 돌고 돌아 가면서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어두운 부분에서 점차 색이 밝은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그라데이션 기법으로 표현하여 돌고 돌아가는 느낌을 강조하였다. 툭 튀어 나온 작은 조각들은 빛을 받으면 그림자로 인해 조각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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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이논 시리즈

어느날 남해를 여행하다 다랑이논을 보았다. 다랑이논은 예전에 경사진 산비탈을 개간하여 계단식으로 만든 논이다. 산지 높은 곳에 있고 좁고 긴 논이라 지금은 기계로 농사를 지을 수 없고 농사 지을 사람도 없어 비워놓았다가 누군가가 꽃씨를 뿌려놓았는지 구불구불한 계단 사이로 핀 유채꽃 노란색이 슬프면서도 아름다웠다.

구불구불 다랑이논의 곡선을 따라 작은 캔버스를 연결하였다. 하지만 오른쪽 상단의 캔버스 는 전체에서 이가 빠진듯 없고 가운데 캔버스는 맞추다 만 퍼즐조각처럼 툭 붙어있다.

 

시대가 지날 수록 많은 것들이 쓰임을 다하고 사라져간다. 한 때는 중요했던 것들이 기억 속에서 지워지고 물리적인 흔적만 남아있는 모습에서 퍼즐이 생각났다. 다 맞춘 퍼즐에 우리는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다랑이논> 시리즈는 조각의 완성을 유보함으로써, 과거 삶의 흔적을 기억하고자하는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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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pyright by Soo Jung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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